Purple Paper vol. 19
2022. 07. 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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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타벅스에서 페이퍼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끝없는 비가 쏟아지는 이 장마에 불필요한 외출을 감내한 건 세상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죠. 6월 내내 고요한 방에 틀어박혀 일만 했더니 밖에 나가고 싶었거든요. 6월을 끝으로 예리는 프리랜서 라이프를 정리하고, 7월 초는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다소 긴 여행을 다녀온 뒤 새로운 직장에 출근할 예정입니다. 계약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언제 또 프리랜서로 돌아갈지 모르고, 외주 일도 완전히 손절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공식적인 스케줄은 그렇습니다. 아마 20호까지는 프리랜서 예리고, 21호부터는 직장인 예리가 보내겠죠. 이번호는 패션얘기가 짙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읽어보고 호인지 불호인지 예리에게 알려주신다면 다음 페이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디 대부분의 퍼플피플들에게 호이길 바라며, 프리랜서 예리의 퍼플페이퍼 19호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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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예리 : 세상에 나갈 준비, 옷 쇼핑
출근일을 받아놓고 보니 출근복이 없어서, 이번주는 오랜만에 옷 쇼핑을 했습니다. 여러 경험 끝에 반팔블라우스의 필요성을 느꼈기도 하고, 변변한 하의도 없는데다 무엇보다 반팔티셔츠 대부분이 3년을 넘기니 수명이 끝나버려서 입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각종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해 출근복을 싹 구입했어요. 이렇게 옷 살때마다 느끼는 건 '아는만큼 보인다'는게 참 무섭다는 겁니다. 어떤건 소재가 맘에 안들고, 어떤건 단추가 맘에 안들고, 다 거르다보면 구입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사회초년생이 살만한 가격대에, 세탁이 용이한 소재 그리고 만듦새가 나쁘지 않은 옷은 대체 어디서 살 수 있는 걸까요? 뭐 자급자족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원부자재를 찾고 고르는 시간과 노동력이 아까워서 왠만하면 구입하는 선에서 끝내고 싶거든요. 사진은 이 쇼핑의 시작이 된, 그저 사고싶어서 구입한 오드원아웃의 반팔티셔츠입니다. 이걸 사고 나서야 출근할 때 입을 옷이 없다는 걸 깨닫고, 쇼핑을 시작했거든요. 사진은 화이트 바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연핑크라 조금 놀랐고, 보라가 섞인 연핑크라 일단 만족하고 넘어갔습니다. 보라빛은 참을 수 없죠.
*사진 출처 : oddoneout 인스타그램 (쇼핑 기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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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예리 ; 이번주 오픈하는 패션매장들
이번주는 꽤나 핫한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매장 오픈소식이 모여있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우선, 무신사의 PB브랜드인 무신사스탠다드가 홍대에 이어 강남역 인근에 플래그십스토어를 7월 1일 오픈합니다. 위치가 자주가던 병원 근처라 개인적으로 신기했는데, 강남 자라매장과 교보문고 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홍대매장처럼 시원시원한 높은 층고를 가졌고, 키즈라인과 그린컬러의 익스클루시브제품으로 차별을 뒀답니다. 이어 7월 2일은 마뗑킴과 더뮤지엄비지터의 쇼룸 '하우스바이'가 이사하며, 더욱 커진 규모로 매장을 오픈합니다. 위치는 어김없이 성수. 원래도 성수에 있었지만 역에 조금 더 가까워졌답니다. 파사드의 아트웍에서 더뮤지엄비지터의 무드가 드러나서 꽤 매력적이에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팝업매장입니다. 20대 여자라면 하나쯤 갖고있는 바로 그 가방 브랜드, 스탠드오일의 첫 팝업스토어가 더현대서울에서 6월 30일부터 7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빈티지한 방 컨셉으로 꾸며놓아서 가방과도 무드가 잘 어울리는데요, 사실 오프라인 팝업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크게 놀랐습니다. 최근 몇년간 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죠. 마침 이번주말에 더현대에서 일정이 있어서, 예리도 한번 들러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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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추천 : 서울공예박물관의 로에베 전시
로에베 재단 공예 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전시가 한국에서 처음 열립니다.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최종 30인의 작품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선보이는데요, 최종 우승자 시상이 있던 6월 30일에는 로에베의 CD이자 JW Anderson를 전개하는 조나단 앤더슨이 내한해 시상식에 참여했죠. 이 상은 로에베 재단에서 '공예'의 중요성을 인지해 현대 '장인정신'을 메인 키워드로 전통, 혁신, 창의성에 초점 맞춰 공예작품을 선정하고, 공예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2016년에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국제 공예계에서 꽤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잡았죠. 서울공예박물관은 지난해 7월 오픈 이래, 수준 높은 전시품으로 호평 일색이라 저도 꼭 한번 가보고싶었는데 이김에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모든 박물관 미술관이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인 점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이건 TMI인데, 이번 로에베 23SS 맨즈컬렉션을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뭐 워낙 제가 조나단 앤더슨의 위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기술과 자연의 결합, 특히 아이패드 룩이 인상깊었어요. 전시 보러가는 김에 로에베 컬렉션도 한번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재미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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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영감 : 노잼시기를 극복하는 마인드
비교적 업무가 단순해진 6월 중반부터, 유튜브를 틀어놓고 일하는게 버릇이 되어버렸습니다. 평소 자주 듣던 음악도 듣다가, 경제나 역사처럼 유익한 채널도 듣다가, 재미있는 토크 채널도 틀어놓다가 온갖 걸 다 들었더니 마감쯤에 아주 다 질려버렸죠. 마감 끝내고 딱 하루 쉬는날이 생겼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유튜브도 음악도 뭐도 다 질려서 애초에 내가 뭘 좋아하는 인간인지 모르겠고, 뭘 해도 재미없고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어요. 자고 일어나면 좀 우울감이 가시겠거니, 하고 일찍 잠들었는데 그마저도 두세시간만에 깨버렸죠. 어쨌든 조금이라도 자고 일어나니 개운해졌고, 오히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모든게 다 질려버린건 그만큼 그 모든 것들에 내가 진심이었단 거잖아? 다시 좋아하는걸 새로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날부터 조금씩 바꿨어요. 4세대 걸그룹을 듣던 플레이리스트는 6년 전 즐겨듣던 한국힙합으로 채웠고, 경제나 역사를 듣던 유튜브는 과학을 듣는걸로 바꿨죠. 그러니까 좀 환기도 되고 어쨌든 힙합도 과학도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이라 다시 봐도 좋고 그렇더라고요. 특히, 들을 때마다 영감을 줘서 자주 듣던 펀치넬로의 싱글앨범 LIME은 오랜만에 들어도 자극이 되고, 환기가 되어줘서 너무 좋았어요. 열심히 해서 번아웃이 온 거라는 말처럼, 노잼시기도 그만큼 그 재밌었던 걸 열심히 좋아해서 온 게 아닐까요? 새로운 인풋을 넣어봅시다, 완전히 새로운게 이질적이라 낯설다면 저처럼 예전에 좋아했던, 지금은 안 찾던것부터 다시 찾아보기를 추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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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의 첫 퍼플페이퍼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호불호에 대해, 퍼플패드나 답장 등 편한 방식을 활용해 자유롭게 의견을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퍼플피플 모두 영감 넘치는 하반기가 되시길 바라며, 이만 저는 물러갑니다. 20번째 퍼플페이퍼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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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페이퍼
퍼플페이퍼는 '영감을 주는 편지 한 통'이라는 컨셉으로, 크리에이터 예리의 패션, 음악,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들이 당신에게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크리에이터 예리
전직 패션기자 및 디자이너, 현재는 뉴스레터 크리에이터. 본명은 민정. 동명의 패션크리에이터가 다수 있다보니 예명을 만들게 되었으며, 예술과 자유를 합해 만든 이름입니다.
페이퍼를 이루는 요소들
크리에이터 예리의 근황을 소개하는 '이 주의 예리', 예리가 받은 영감을 공유하는 '이 주의 영감', 패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패션은 예리',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추천곡을 소개하는 '음악은 예리' 또는 간단한 브랜드 경험을 나누는 '예리와 브랜드', 혹은 '이주의 추천' 등이 함께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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