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paper vol. 27
2022. 9.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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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폭등하다보니 점심값을 감당하기 벅찬 요새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강남지역이다보니 특히 더 비싼 것도 있고, 1월까지 다녔던 전회사가 창신동에 있었다보니 거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했기에 비교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뭐 오른 건 식비 뿐이 아니죠. 영화 티켓값도 올랐고, 대체제인 디즈니플러스 등 OTT서비스 구독료도 인상되다보니 이런저런 구독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온라인 유료콘텐츠 구독취소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최근 여러 이유로 한 온라인 유료콘텐츠 구독을 종료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렇게 양질의 콘텐츠들도 비용문제로 외면하게 되는데, 퍼플페이퍼가 유료콘텐츠였다면 어땠을까? 정말이지 아찔하더군요. 뭐 이전에도 말씀드렸듯 '퍼플페이퍼' 라는 타이틀로 여러 확장성을 고려하는 예리지만, 뉴스레터 '퍼플페이퍼'만큼은 유료화계획이 없어요. 그저 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들이 당신에게 영감이 되길 바라고,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을 믿고 써 나갈 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재미있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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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예리 : 미리 예고하는 '음악은 예리'
역시 음악을 '물리적 매체'로 접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1월에 아이맥을 구입한 뒤로는 그 사운드에 홀려서 한 번도 LP나 CD플레이어를 작동시켜 본 적 없었는데, 최근에 멘탈이 나간 날 오랜만에 한 '엘멍(LP 틀어놓고 멍 때리기)'으로 정말 큰 치유를 받았어요. 음악이 좋았던 건 물론이고, LP가 돌아가는걸 가만히 보고있으니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어놓는 것이랑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고, 애초부터 '스트리밍'이나 '어플' 로 듣던 세대가 아니기때문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옛 방식으로 듣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한지도 모르겠네요. 엄밀히 따지면 저는 LP세대는 아니지만요. 태어나서 최초로 음악을 듣던 매체는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이고, 이어 CD로 넘어갔어요. 아주아주 어릴 때 에픽하이의 음악이 녹음된 테이프를 워크맨으로 듣고, 브리트니스피어스나 에이브릴라빈 등 해외뮤지션의 음악이 담긴 CD를 받아 CD플레이어로 들었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는 MP3이 생겨서 거기에 이것저것 다운받아 들었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스트리밍의 편리함에 넘어갔죠. LP를 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지만, 그럼에도 CD로 듣던 가닥이 있다보니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오랜만의 '엘멍' 경험이 제게 큰 임팩트를 남겨서, 이 김에 '음악은 예리'에서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다뤄볼까 해요. LP나 CD처럼 '물리적 도구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 말이죠. 이번 주는 더 재미있는 소식이 있으니, 다음주부터 차차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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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예리 : Hurt 말고 Heart, 하트 백
주말부터 예리는 22FW 신제품 업데이트를 부지런히 따라잡고 있답니다. '인간 앤아더' 답게 앤아더스토리즈에서는 못 참고 베레모와 트위드스커트를 구입하기도 했어요. 지난 주 분명 '사랑이 부족해서 사랑을 찾는게 아닌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해서인지, 여러 신제품 중에서 하트쉐입의 가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워낙 매 시즌 드문드문 한 두곳정도에서 출시해왔다보니 '유행'이나 '트렌드'라고 규정할 순 없는 쉐입이지만, 최근에 시눈 22FW 신제품인 하트 백을 보니 색상도 쉐입도 사이즈도 너무 귀여워서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고요. 이걸 보니 지난 봄, 팝업스토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마지셔우드의 실버 하트백이 떠오르고, 마르디 메크르디에서 출시한 큰 사이즈의 하트쉐입 르삭이 이어 떠오르고, 또 샤넬의 22SS 런웨이에 나왔던 하트 퀼팅백이 떠올라서 이 연속성이 재미있더군요. 사실 저는 이런 연결성 보는 게 너무 재밌고 그게 커지면 트렌드로 나타나는 게 재미있어서 패션트렌드업무를 못 놓는 것 같아요. 만약 더 다양한 브랜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트쉐입의 가방을 출시했다면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였겠지만, 쉐입 특성상 시선은 끌어도 데일리로 사용하기엔 어려운 디자인이라 한 시즌에 한두브랜드 정도만 만나볼 수 있는 것 같네요. 그래도 각자 다른 브랜드에서 '하트'라는 모티브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중에서 마지셔우드 하트백이 가장 취적이고, 샤넬도 그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어 매력적이었어요. 다음주부터 마침 23SS시즌 패션위크가 시작되는데, 새 시즌에도 하트백이 등장할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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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예리 : After Like, 아이브 말고 아빈.
아이브의 컴백곡 After Like가 멜론차트 1위를 찍었죠. 제가 워낙 아이브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운드가 감각적이면서도 언뜻 2세대 걸그룹때 느꼈던 편안함이 묻어나서 아주 잘 듣고 있는데요. 알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DJ겸 프로듀서, 아빈(Avin)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아마 다들 윤하의 'Airplace mode', 김하온의 '꽃' 프로듀싱으로 아빈을 아셨겠지만, 저는 2019년 버질아블로의 성수동 내한공연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막연히 해외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 정도로만 인식하다가 그해 말 네이버 'NOW'에서 아빈의 단독앨범 수록곡을 듣고 본격 입덕했습니다. 소코도모, PH-1, 페노메코, 김하온, 매드클라운 등 다채로운 아티스트가 참여한 아빈의 앨범 'TRANCHE'는 일렉트로닉 힙합사운드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무엇보다 아빈만의 뚜렷한 색이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답니다. 푹 빠져버린 저는 스페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들었고, 듣다 듣다 앨범까지 소장했는데 아마 국내 힙합이나 EDM,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입맛에 맞을 것 같아요. 필름 감기는 시그니처 사운드가 매력적인, 앨범 수록곡을 추천해보자면 타이틀곡 중 하나인 'Take It Away', 소코도모와 쿠기가 참여한 'Dirty Lovely', 황소윤과 디보가 참여한 'OMW'정도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사실 워낙 그 씬에서는 유명했다보니 이미 아시는 분들도 많고, 소개해드린 앨범도 나온지 3년이나 되어 가지만, 이번 애프터라이크 1위를 축하하고 아빈의 행보를 응원하고자 한번 소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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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와 브랜드 : 애플
한국시간으로 9월 8일(목) 새벽 2시, 애플의 신제품이 공개됩니다. 테크유튜브를 즐겨보는 예리가 감히 예상하자면 이번 신제품으로는 아이폰14, 에어팟프로2세대, 아이패드 프로모델이나 기본모델 중 새로운 버전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코로나 격리중에도 갤럭시언팩을 챙겨본 테크러버 예리이기 때문에, 애플의 신제품 행사도 너무 기대됩니다. 이 소식을 전하려고 보니, 새삼 예리와 브랜드에서 애플을 다룬적이 없더군요. 사실은 페이퍼 초창기부터 여러 번 다뤄보려 시도했는데, 그게 반년만에 이루어지네요. 퍼플페이퍼의 초기 기획부터 작성까지 전부 아이맥 퍼플로 작업해왔다보니 한번쯤 다루고 싶었습니다. 애플의 첫인상을 떠올리자면,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였어요. 친구들이 쓰던 아이팟시리즈는 정말 예뻤지만, 어딘가 비싸보이는 느낌과 함께 아이튠즈라는 진입장벽이 있어 예리에겐 어려운 존재였거든요. 얼리어답터였던 담임선생님이 쓰시던 아이패드는 어른의 상징 같아서 더 어렵게 느껴졌죠. 아이폰4는 센세이션이었지만, 화면이 너무 작아서 아이튠즈를 감수하면서까지 쓰고싶지는 않았죠. 그렇게 애플과의 접점은 영영 없을 줄 알았는데, 비교적 큰 화면으로 출시한 아이폰6에 꽂혀 대학생 때 처음으로 애플제품을 사용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은 케이스가 많아서 좋았고, 음악파일 다운로드 대신 스트리밍의 세계는 새로웠으며, 편리하고 심플한 UI에 푹 빠져 2년반동안 잘 썼어요. 액정이 깨지며 '밀어서 잠금해제' '밀어서 전화받기'가 불가능해 급하게 휴대폰을 바꿨고, 애플의 변화 없는 디자인에 지쳐 갤럭시로 넘어갔습니다. 이후 직장인이 되며 업무적인 이유로 아이패드를 들였고, 휴대폰이 갤럭시다보니 연동의 혜택 없이 지냈죠. 그러다 지난해, 삼성페이 사용을 줄이고자 오랜만에 아이폰을 구입했어요. 4년만에 쓰는 아이폰은 반갑고, 그새 많이 업그레이드되었고, 아이패드와의 연동이 신세계였어요. 글을 쓰는 예리다보니 메모장 연동이 가장 편리했죠. 그 연동은 아이맥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기능적 편의성도 좋지만, 애플기기의 또 다른 장점은 중고 가격방어가 잘 되어있다는 것. 프리랜서때 생활비 문제로 아이패드를 처분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애플제품을 갖고 있다는 게 때로는 든든합니다, 불어나는 자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보니 안정적인 느낌을 줘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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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저는, 항상 양념같은 존재였습니다. 감자튀김으로 치면 케첩같은 존재죠. 필수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없으면 어딘가 심심하고,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부스터 같은 역할입니다. 기자 때 편집장님 평이 딱 그랬어요, '꼭 필요한 기사는 아니지만 있으면 환기가 되는, 감초 같은 기사를 쓴다'고 말이죠. 제 전문분야인 트렌드도 그렇죠, 일단 알면 인사이트가 더 풍부해지거든요. 이왕 양념이 되는 거, 더 자극적이고 맛있는 양념이 되기로 결심하고 그 '양념'을 분석, 디벨롭한 결과 '영감'이라는 멋들어진 단어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자. 기자때는 그게 기사였고, 회사들에게는 트렌드정보였고, 커리어를 제외한 내가 나눌 수 있는 재산은 내 취향이고, 그거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자. 뭐 이런 결심으로 퍼플페이퍼가 탄생하게 된 거죠. 결국 제 삶의 방향성이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 방향대로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영감을 주기 위해서 저는 제 취향을 더욱 갈고 닦아야 할 것이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인풋을 많이 넣어야 하겠죠.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디깅이 업이자 취미다보니 인풋은 참 많은데, 너무 방대해서 미처 다 소화해내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모두가 똑같지만 예리도 하루가 24시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죠. 24시간동안 감자는 먹을 수 있어도 케첩은 먹을 수 없을테니, 예리는 딱 여러분의 금요일 퇴근시간 잠깐을 빌려가겠습니다, 퍼플페이퍼가 여러분에게 좋은 양념이 되길 바라며, 27호는 여기서 마칩니다. 퍼플피플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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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패드
예리에게 할 말이 있으시거나, 퍼플피플과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은 분들은 퍼플패드에서 봬요. 페이퍼에 대한 자유로운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의견이 공개되는게 불편하신 분들은 메일 답장으로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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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페이퍼
퍼플페이퍼는 '영감을 주는 편지 한 통'이라는
컨셉으로, 크리에이터 예리의 패션, 음악,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들이 당신에게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크리에이터 예리
전직 패션기자 및 디자이너, 현재는 뉴스레터 크리에이터. 본명은 민정. 동명의 패션크리에이터가 다수 있다보니 예명을 만들게 되었으며, 예술과 자유를 합해 만든 이름입니다.
페이퍼를 이루는 요소들
예리의 근황을 소개하는 '이 주의 예리', 패션 취향을 공유하는 '패션은 예리', 음악 취향을 나누는 '음악은 예리', 여기에 간단한 브랜드 경험을 나누는 '예리와 브랜드', 혹은 '이 주의 추천' 등이 함께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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