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paper vol. 31
2022. 9.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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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글이 사무치게 쓰고싶었는데 막상 페이퍼를 쓰려니 숨이 턱- 막혀서, 왜 이러나 했더니 정해둔 포맷에 맞춰 채워나가는 것이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10호때 리뉴얼하면서 열 번을 이런저런걸 시도했다가 20호쯤부터 첫 포맷에 돌아가며 정착했는데, 이걸 또 열 번 보냈더니 질려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주만 살짝, 코너를 좀 바꿔볼까 해요. 지난주 예리피셜을 담은 이야기들에 이어, 오늘은 사설입니다. 특히 예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패션에 포커싱했어요. 요 몇주는 전달드리지 않고는 못 배길 소식이 가득해서 퍼플피플께 영감이 될 수 있는 새 소식들을 많이 많이 전달했지만, 타 뉴스레터와의 차별점에서도 그렇고 퍼플페이퍼의 방향성 상 예리의 개인적인 취향을 더 다루는 편이 맞다고 여겨져서 오늘은 아예 예리 피셜 중심으로 꾸려 보았습니다. 호불호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지난주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서 용기내 도전해봅니다. 그럼, 오늘도 재미있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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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예리 : 화장품 리셋의 기간
정신없이 살다보니 화장품 사용기한이 다 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가루타입 화장품은 2년까지는 쓰니까 별 생각없이 써 왔던 것 같고, 아이라이너도 여러개를 돌려쓰다보니 사용기한을 망각하고 있었죠.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어서 싹 정리하고 채워나가는 중이에요. 재구매도 하고, 새로운 것도 골라보고, 뭐 다른건 다 괜찮았는데 문제는 아이섀도우였습니다. 그냥 단색 싱글섀도우를 사고 싶었는데, 요몇년 새 신제품은 최소 4가지색 이상 구성된 팔레트 중심으로 나오고 있더라고요. 뭐 저도 2년전에 산 팔레트만 3개이긴 한데, 그때는 필요해서 샀다기보다 단순히 팔레트가 예뻐서, 사고싶어서 샀던 맥락인지라 싱글섀도우 제작이나 수요가 이렇게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보니 급격히 멘붕이 왔습니다. 요새 트렌드가 팔레트라니, 싱글섀도우를 사려는 나는 라떼가 되어버린 걸까? 뭐 이런 생각들로 말이죠. 드물게 나오는 싱글섀도우는 이전에 사던 가격대의 세 배쯤 되서 또 아연실색했죠. 새로운 브랜드는 써보고싶은데 가격이 너무 진입장벽이 되더군요. 결국 원래 사던 브랜드에서 재구매하긴 했지만, 여전히 씁쓸함은 남아 있어요. 둘 중 하난 거 같습니다, 예리만의 취향이 확고한 거거나, 제가 이제 세태를 못 따라간다는 거겠죠. 확실히 불필요한 물건 생기는걸 극도로 싫어하다보니, 안 쓰는 색상이 하나라도 있는 팔레트는 제게 불편해요. 그냥 예리의 취향인 것으로 정리해야겠습니다, 트렌드를 업으로 하는 예리다보니 후자가 팩트면 슬플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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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예리 : 다니엘 리의 복귀 소식을 듣고
최근 가장 놀랐던 소식은 이겁니다. 다니엘 리가 다음주부터 버버리 CD로 입사하며, 23FW 컬렉션부터 그가 맡게 된다는 거였죠. 지난해 말 보테가를 떠났던 그라서 다음 행보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그럼 리카르도티시는 어디로 가는 거지? 하는 의문점이 생기더군요.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컬렉션, 무지개를 담은 버버리를 본 게 불과 얼마전 일인 것 같고, 리카르도티시의 첫 버버리컬렉션 화보 임팩트가 아직 남아있어서 (이전에 퍼플페이퍼 12호에서 살짝 보여드렸죠) 더 놀라웠던 듯 싶어요. 보테가베네타를 '뉴 보테가'로 완전히 새롭게 살리고, 보테가를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로 띄운 다니엘 리인지라 기대가 큽니다. 인트레치아토를 세련되게 해석한 점도 매력적이었고(그래서 예리의 첫 명품가방이 카세트백이었죠), 명품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마케팅에서도 한 획을 그었던 그죠. 다들 아시겠지만 최근의 발렌티노 핑크만큼이나, 보테가 그린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꽤 트렌드컬러였거든요. 사실 보테가는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리프레쉬해줄 여지가 있었지만, 버버리는 이미 티시가 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티시보다 더 나은 컬렉션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실력은 보테가에서 증명되었으니, 23FW 컬렉션을 기대해봐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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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와 패션계 : 새 CD와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호불호
패션브랜드는 이제 디자이너를 넘어 지금은 CD의 시대죠. 많은 부침 끝에, 라프시몬스의 프라다,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뭐 그렇게 활동 중이고 최근 페라가모가 만 26세의 젊은 CD를 기용하며 세대교체가 시작된 상황입니다. 요몇년 사이 MZ세대가 명품브랜드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명품의 비주얼을 같은세대가 만들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신기한 포인트였어요. 아무튼, 이 같은 CD교체는 늘 큰 이슈를 가져왔죠. 루이비통이 버질아블로를 기용했을 때, 라프시몬스가 프라다로 복귀했을 때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건 에디슬리먼의 셀린 합류였습니다. 저는 에디슬리먼이 리뉴얼한 생로랑을 꽤 좋아했기때문에 셀린으로의 행보가 놀라웠고, 패션계 사람들은 피비파일로의 셀린(올드 셀린)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놀랐던 기억이에요. 이것도 꽤 오래 전이네요, 리카르도티시도 그렇지만, 요새 CD들은 5년을 못 채우고 바뀐다고들 하고(온큐레이션에서는 이걸 분석한 기사도 올라왔죠) 에디의 셀린행도 꽤 시간이 지났으니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최근의 퍼포먼스만 보면 더 오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어릴땐 이런 CD교체 행보가 마냥 신기하고 흥미로웠는데, 나이먹을수록 이 같은 CD교체가 정말 과감한 행보고 브랜드리뉴얼은 더욱 더 과감한 행보인 점을 실감하게 되서 소식을 들으면 놀랍고도 경이로워요, 둘 다 위험부담이 커 보여서요. 리뉴얼의 경우는 이번에 페라가모의 새 CD가 '살바토레'를 뺀 페라가모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로고도 바꾸고, 키 컬러였던 레드도 좀 더 밝게 바꾸며 모던한 비주얼을 보여줬죠. BI의 파격적 변화에 비해 솔직히 전 크게 센세이션하지도, 매력적이지도, 파급력도 모르겠더군요. 새 로고로 바뀌며 평이해진 느낌도 들고, 레드는 기존의 딥레드가 더 좋았고, 사실 기존의 페라가모도 충분히 좋았어요. 기존의 페라가모라 하면 비바플랫을 내세우던 20SS시즌쯔음을 말합니다. 새 레드가 불호였지만 그래도 쇼장 전체를 그 색상으로 감싸니 어색함은 없었고, 제품도 모던해졌지만 혁신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어요. CD교체도 그래요, 마티유 블라지의 보테가베네타가 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이번시즌 레진으로 만든 베뉴는 참 예쁘고 창의적이었지만, 옷만 보면 트롱프뢰유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던 것 같고 솔직히 다니엘 리의 손길이 들어갈 때가 더 세련되었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반면에 디젤의 글렌마틴스 기용은 신의 한수로 느껴지고, 최근 디젤이 가장 핫하게 부상하는 걸 보면 정말 CD교체가 양날의 검인 것 같습니다. 보통 디젤같은 효과를 바라고 리뉴얼에 접근하겠지만, 저럴 확률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죠. 일단 비주얼리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는 기본, 그리고 그 스타일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부합할 확률, 이 두가지를 해낼 수 있는 CD를 기용한다는게 참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 정말 공감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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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와 패션 이슈 : 이 주 가장 놀라운 협업 소식
협업이슈가 정말 한도 끝도 없는 요새입니다. 마뗑킴과 리바이스, 디네댓과 포켓몬, 디키즈와 아워레가시, 언급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죠. 그 와중 가장 센세이션했던 이슈는 타미힐피거와 리차드퀸의 콜라보레이션이었어요. 두 브랜드의 협업 자체도 놀랍지만, 그 캡슐컬렉션을 청담동 무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점이 특히 놀라움 포인트였어요. 국내에서 몽클레르 지니어스 외에는 리차드퀸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서 말이죠. 리차드퀸은 예리가 좋아하는 영국 디자이너브랜드인데, 처음엔 화려한 런웨이 속 비주얼이 센세이션이었죠. 게다가 돌아가신 엘리자베스 여왕의 디자인어워드 수상자였다보니 리차드퀸의 런웨이 프런트 로에서 여왕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신기했고요. 리차드 퀸 컬렉션이 국내에 입고되지 않는 건 그 극강의 화려함으로 평상시에 입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그 화려함이 사실 낯설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 격렬한 색상과 꽃무늬들을 우리나라 할머니들 옷에서도 많이 봤던 것 같아서 말이죠, 아무튼. 솔직히 '런웨이용 옷' 느낌이 강한, 극강의 화려한 비주얼이었다보니 웨어러블하진 못하고 그저 비주얼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캡슐컬렉션으로 한층 웨어러블해져서 뭔가 낯설었습니다. 제가 보던 리차드퀸의 비주얼은 여기인데, 이번 컬렉션 비주얼은 이렇게 나와서요. 여담이지만 오픈일에 몬스타엑스 형원이 캡슐컬렉션을 입고 무이에 방문했는데, 이 소식 접하자마자 1차로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에 놀라고, 2차로 저걸 주변 몬베베에게 공유했더니 '이미 한시간 전에 본 소식' 이라고 답변해줘서 충격이었습니다. 트렌드가 본업인데 뒤처진 느낌을 받았거든요. 더 발빠르게 소식을 접하기 위해서라면 연예인 덕질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막 차은우 팬클럽 오픈채팅방같은곳에 들어가야 할까요? 여러 모로 놀라웠던 이 콜라보, 다른 팝업은 놓쳐도 저 캡슐컬렉션은 구경가봐야 할 것 같네요. 청담 무이에서 10월 9일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놓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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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어떠셨나요? 최근의 이러저런 소식이 좋았던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우셨을 수도 있고, 예리의 시각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분들께는 넘치게 채워드린 것 같습니다. 패션 이외의 이야기를 듣고싶었던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웠을지도 모르겠고요. 이런저런 여러분의 의견은 퍼플패드에 자유롭게 남겨주시면, 예리도 읽고 참고할게요. 지난 주, 퍼플패드에 멋진 감상을 남겨주신 퍼플피플께 감사드리며 예리는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연휴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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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패드
예리에게 할 말이 있으시거나, 퍼플피플과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은 분들은 퍼플패드에서 봬요. 페이퍼에 대한 자유로운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의견이 공개되는게 불편하신 분들은 메일 답장으로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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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페이퍼
퍼플페이퍼는 '영감을 주는 편지 한 통'이라는
컨셉으로, 크리에이터 예리의 패션, 음악,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들이 당신에게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크리에이터 예리
전직 패션기자 및 디자이너, 현재는 뉴스레터 크리에이터. 본명은 민정. 동명의 패션크리에이터가 다수 있다보니 예명을 만들게 되었으며, 예술과 자유를 합해 만든 이름입니다.
페이퍼를 이루는 요소들
예리의 근황을 소개하는 '이 주의 예리', 패션 취향을 공유하는 '패션은 예리', 음악 취향을 나누는 '음악은 예리', 여기에 간단한 브랜드 경험을 나누는 '예리와 브랜드', 혹은 '이 주의 추천' 등이 함께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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