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paper vol. 38
2022. 11.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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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향을 좋아하는데, 그 두가지가 가장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걸 며칠전에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명확한 워딩으로 전달해도, 단어가 의미하는 게 어떤걸 지칭하는지 모르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이 음악이 개러지락 느낌을 닮았다, 라고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개러지락을 들어본 적이 없으면 전혀 와닿지 않을 거고, 이 향수에 네롤리와 머스크를 넣었다고 설명했을 때 네롤리가 무슨 향인지, 머스크가 어떤 향인지 모르면 전혀 와닿지 않겠죠. 뭐 조향을 배운 입장에서도, 원료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향이 확 달라지는걸 아니까 설명만으로 충분치 않으니 정확한 향을 연상할 수 없긴 합니다. 아무튼 그런 걸 깨닫고 보니, 페이퍼를 너무 어렵게 쓰고 있는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죠. 이번 주는 조금 쉽게 쓸 수 있길, 그리고 부디 재미있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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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예리 : 니티트 백의 진화
#루피망고#크로쉐백
여름에는 롱샴의 그물백을 중심으로 크로쉐백이 유행했고, 가을에는 크로쉐안트를 닮은 리본백이 유행하더니, 겨울이 되니 자이언트 얀으로 만든 니티드 백이 인기를 끌고 있네요. 리본 백처럼, 니티드 백도 DIY키트 판매가 활발해서인지 유튜브에도 제작방법 영상이 많이 보이고요. 몇년 전만 해도 그물백이 낯선 개념이었는데 이제 사람들에게 꽤 익숙해진 것 같아서 흥미롭고, 예리도 니티드백을 탐내는 중입니다. 벨벳 얀이 질감이 좋을 거 같고, 이왕이면 보라색이 갖고 싶네요. 집에 아직 루피망고 모자가 있는데, 같이 매치하면 투머치겠죠? 어쩌면 이걸 리폼해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짐을 줄여가는 참인데, 탐나는 아이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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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예리 : 예리의 인생 음반
#W&Whale #Hardboiled
인생 동안 한 음반만 들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W&Whale 'Hardboiled' 앨범을 고를 겁니다. 명상할 때 듣는 Kilo Kish의 'Mothe', 이전에 사진작업할 때 큰 영감이 되어 준 서사무엘의 'Ego Expand'도 소중하지만 (언젠가 소개할 날이 올 거에요!), 워낙 이 앨범에 탄탄한 서사와 추억이 있다보니 거를 수가 없네요. 그러고보니 세 음반 다, LP를 갖고 있네요. 담담히 소개하기에는 솔직히 말도안되게 좋아하는 음반이라.. 조금 길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좋아하는 곡 몇개만 소개해 볼게요.
0️⃣ 곡 소개에 앞서, 서사부터.
지금은 폐간한 영화잡지 '프리미어'속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 이 음반을 알게 되었어요. 기자님의 질문이 꽤 날카로웠고, 진짜 이 음반을 제대로 들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질문들로 가득해서 인터뷰를 다 읽고 나니 앨범 전체를 안 듣고는 못 배기게 되었죠. 그리고.. 팬이 되었습니다. 입덕하게 만든 문제의 인터뷰는 '프리미어' 2009년 1월 25일자(격주간지라 두 번째 호는 25일에 발행됩니다), 놀랍게도, 전 에스콰이어 편집장이던 신기주 기자님 작품이더군요. 왜 나중에 편집장까지 하실 수 있었는지.. 너무나 납득 가는 대목입니다.
1️⃣ R.P.G Shine
그 시절 SK브로드밴드 광고음악으로 유명했던 'R.P.G. Shine'을 모를 사람은 없겠죠. 한동안 노래방 18번이었습니다. 아니 그 18이 아니라, 아무튼. 가사도, 바이브도 너무 좋고 지금 들어도 참 명곡이죠.
2️⃣ Too Young To Die
처음 이 음반을 들을 땐 이 곡을 가장 좋아했어요. 특유의 일렉트릭한 도시적 바이브가 왠지 수십년이 지나도 세련된 느낌을 잊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낯선 단어가 뒤엉킨 가사도 매력적이었고요.
3️⃣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중생활
공교롭게도 이 음반을 접했던 시절은 제가 아가사크리스티에 미쳐 있던 시절이에요. 추리소설을 좋아했다기보다는 그냥 아가사크리스티만 봤어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부터 데뷔작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테이블 위의 카드, 뭐 한도 끝도 없이 보던 시절에 저 제목, 추리소설의 클리셰인듯 아닌듯한 내용을 담은 가사, 무언가 비밀스러운 바이브의 음악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더군요. 어찌 보면 이런 우연 덕분에 이게 제 인생음반이 된 게 아닐까요?
4️⃣ Whale Song
웨일의 잔잔한 고백같은 이 곡은 락스타를 꿈꾸던 저랑도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저도 라디오헤드를 들었고, 이슬이 스며든 런던을 꿈꿨었죠. 전반적으로 희망적인 가사와 표현력이 매력적이에요.
5️⃣ Stardust
잔잔한 곡 분위기와 가사로, 고요한 밤에 들으면 그냥 눈 앞에 별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별 보며 듣다가 기분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음악입니다.
6️⃣ Morning Star
아침에 상큼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에요, 아침잠 많은 제 등교길을 빛내 주었죠. 고등학교때까진 이 곡으로 등교했고, 대학 때부터는 레드벨벳의 'Time Slip'이 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어요.
7️⃣ 오빠가 돌아왔다.
콘서트 가면 늘 그렇잖아요? 레전드는 마지막에 소개하는 법이죠. 편안한 곡 바이브가 매력적인데, 여기에 가사 속 단어 하나하나 표현력이 대단해요. '화려한 슬픔', '위대한 패배자의 블루스', 그냥 보면 와닿지 않는 표현들도, 음악으로 가사로 접하니 더 충격적으로 들리더군요. 그냥.. 이 음반의 모든 가사와 표현들이 오래 제게 배어서, 제 '글쓰기'자체에 영감이 된 것도 같습니다.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음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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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일력#연력
달력도 유행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캐릿을 보니 그냥 Z세대는 '달력' 자체에 진심이라고 합니다. 일력에 진심인 사람, 연력에 진심인 사람, 오브제 만년달력에 진심인 사람, 다 취향이 다르다는 거죠. 공교롭게도 예리도 Z세대에 걸쳐져 있고, 달력에 진심입니다. 저도 내년에 쓸 달력을 디깅하고, 구입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작년까지는 일력을, 올해는 탁상달력과 연력을 함께 쓰고 있죠. 오늘은 유형별 달력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1️⃣ 일력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2년간 일력을 썼습니다. 2020년에는 잘 썼는데, 다음해인 2021년은 일력 뜯을 여유도 없이 삶이 바빠져서, 버겁더군요. 한번에 한 달씩 뜯으니까 의미도 없고, 쓰레기만 만드는 것 같아서 관뒀습니다. 다시 쓰게 된다면, 일력을 뜯으며 하루를 음미할 여유를 가져보고 싶네요.
2️⃣ 달력
올해부터 원목 탁상달력을 사용하고 있어요. 제품은 텀블벅 후원 리워드로 받은, 스튜디오404의 아치 탁상달력이에요. 날짜 없는 만년달력 용지도 있다보니 내년에 이어서 쓰려 했는데, 소소문구의 2023년 파운데이션 달력세트가 너무 예뻐서 탐내는 중이에요. 디자인 뿐만 아니라 달력 스탠드 위에 필기구를 둘 수 있는 점도 탐나는 포인트에요. 컬러풀한걸 좋아하지만 이번엔 모노톤이 갖고 싶네요.
3️⃣ 연력
방꾸미기에 많이 쓰신다는, 1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연력입니다. 저는 그런 디자인은 아니고..1년의 연간 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연력이에요. 프리랜서가 되면서 연간 일정을 한눈에 보려고 샀는데, 정작 여행 일정만 기록하다가 직장인이 되버려 크게 유용하게 쓰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필요한 분들을 위해 제품 정보를 나눠보자면, 작가님(JAKKANIM) 이에요. 2023년 버전도 판매 중이네요.
4️⃣ 만년 달력
만년달력.. 써 본 적은 있던 거 같은데, 아득하네요. 뭐 예쁜 인테리어 오브제로는 그 가치를 하는 것 같은데, 매일 제가 수동으로 바꿔줘야만 한다거나, 어쨌든 재조합을 해야 하는 점이 불편해서 사용하지도, 선호하지도 않아요. 브랜드는 모르겠는데, 제가 즐겨보는 유튜버 jihofilm님 영상에서 본 만년달력이 예뻤던 기억이라.. 인테리어용으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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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예리 : 쿼티 적응기
#스마트폰#키보드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고 모두가 쿼티 자판을 쓰지만, 예리는 이제서야.. 쿼티를 입문했습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베가 키보드, 옛날로 치면 스카이 키보드를 썼죠. 별도로 키보드 어플을 깔아서 써 왔는데, 어플마다 충돌도 잦고 오류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쿼티로 넘어왔어요. 갤럭시에서는 기본 키보드에서 천지인부터 베가며 옵티머스며 제공했다보니 불편함 없이 썼는데, 아이폰에서 별도 어플로 사용하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직전 폰이 드물게 작은 사이즈다보니 더 쿼티로 못 넘어가고 있었는데, 새 폰으로 바꾸고 나니 넘어갈 명분이 충분하더군요. 처음엔 너무 불편해서, 키보드 하나때문에 새 휴대폰을 무르고 갤럭시로 넘어갈까도 잠깐 생각했었죠. 10년을 스카이키보드에 길들여졌다보니 두 손가락으로 쿼티자판을 마주한다는게 참 어색했는데, 이틀쯤 지나니 그럭저럭 쓸만한 것 같습니다. 참, 뭐든 쉬운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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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18일에 38호를 보내게 되었네요. 저도 10년 전에는 나름 18살(.....?)이었고, 10년 뒤에 38살이 되니 이것도 신기합니다. 밀레니얼은 의미충이라는 말이 저를 보면 참 맞는 것 같죠. 오늘은 쓰다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실 지 모르겠네요, 퍼플패드에 의견 남겨주시면 반영해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39호에서 다시 봽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금요일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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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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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페이퍼
퍼플페이퍼는 '영감을 주는 편지 한 통'이라는
컨셉으로, 크리에이터 예리의 패션, 음악,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들이 당신에게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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