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paper vol. 39
2022. 11.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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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페이퍼를 널리 알리려 애썼는데, 요새는 페이퍼를 프라이빗하게 가져가야 하나 싶어요. 유료화 얘기는 아니고, 다만 이 컨셉의 틀에 매여있다보니.. 문득, '편지'는 꽤나 사적인 문서인데 이걸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페이퍼의 시작점하고 조금 충돌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친구에게 보내던 사적인 편지에서, 이게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니까요, 쉽지 않네요. 아무튼. 이 주는 '책'이야기가 조금 많고, 오늘도 재미있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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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예리 : 책 읽는 예리
드디어 심적으로 여유를 좀 갖게 되서, 지난 주말부터 다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주말은 바빴었어서 이동 길에 E북으로 즐기다가, 이번주는 신작 반, 고민하던 것 반, 4권을 샀습니다. 짐 늘리기 싫어서 실물책은 잘 안 사는데, 오랜만에 물리적인 책을 보니까 또 그 나름의 느낌이 좋더라고요. 하나씩 소개해보죠.
1️⃣ 나를 위한 노래
보통의 존재, 2인조,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등으로 유명한, 또는 언니네이발관으로 유명한 이석원 작가의 신간입니다. 음악으로만 알다가, 지인분께 글투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책을 접하게 됐는데, 이번 책에서도 접점이 있더군요. 이런 재미로 챙겨보게 되네요.
2️⃣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의 산문집. 아직 못 읽었는데, 이전에 우연히 이 책 북토크를 먼저 갔었어요. 더현대서울에서 이슬아작가님과 했던 행사인데, 그 때 제대로 영업당해서 이번에 구입하게 됐어요.
3️⃣ 일놀놀일
마케터 이승희, 문구인 김규림 님의 공동 작업물이자 신간입니다. 워라밸도 워라블도 안 맞는 저였다보니 일놀놀일에서 답을 찾고 싶어서 읽게 됐죠. 읽어보니 저는 굳이 따지면 일놀놀일이 맞아요. 놀 때 가는 팝업구경이나 편집샵구경이 일에도 적용하게 되기도 하고, 일할 때 어딘가 좋은 전시를 알게 되면 놀 때 가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100%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는, '놀'과 '일'의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네요.
4️⃣ 알아두면 쓸모있는 모양 잡학사전
이전에 서점에서 눈여겨봤다가 E북 있으면 사려 했던건데, E북이 없어서 장바구니에 킵해뒀던 책이에요. 대충 '애플의 로고는 왜 한 입 베어 문 사과일까?' 이런 챕터로 이어지는데, 이런 책 정말 좋아해요. 이어서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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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풋인 책,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문화사입니다. 어릴 때 '설탕의 세계사', '커피견문록' 등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죠. 더 넓히자면 '문화사'와 연관된, 일상의 사물이나 문화의 변화에 영향을 준 사물들을 탐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앞서 말했던 '알아두면 쓸모있는 모양 잡학사전' 같은 책처럼 말이죠. 이렇게 소장 중인 책 중 E북이든 실물책이든 그런 책이 많아서,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아직 못 읽은 책도 있지만.
1️⃣ 소비의 역사
개정판의 끝내주는 비주얼에 홀렸고, 살짝 넘겨보니 '재봉틀'등 일상의 물건들에 대한 근대 유럽의 소비문화부터, '소비'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보는 그 관점이 신기해서 구입한 책이에요.
2️⃣ 패션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지퍼, 손목시계 등 지금은 당연해보이지만 그때는 센세이션이었던 발명품과 아이디어들을 담았습니다. 대학때쯤 사서 읽었던 기억인데, 아직 방 한켠에 있죠.
3️⃣ 문구의 모험
예전에 읽었던 E북입니다. 노트, 연필, 지우개 등 그 문구에 담긴 이야기들을 푼 책이에요.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대목은 '몰스킨 노트' 이야기에요.
4️⃣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아직 못 읽었는데, 술 좋아하다보니 스킵할 수 없는 주제였답니다. 서점에서 눈여겨봤다가 E북으로 구매했어요. 가장 오래된 술인 '봉밀주', 옛날 소설에 많이 나오는 '셰리주', 고흐의 '압생트' 등 다양한 술과 역사에 대해 다룬 책이에요.
5️⃣ 세계사 만물관 (역사를 바꾼 77가지 혁명적 사물들)
최근 구입해서 아직 못 읽었고, 이것도 서점에서 발견하고 E북으로 샀어요. 샴푸, 분필 등 일상 속 사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어요. 9월 말에 나온 나름 신간입니다. 계속 이런 책이 나오고 있다는 건, 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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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예리 : 최근 이슈가 있던, 명품 씬의 CD들
31호에서도 명품 씬의 인사 소식을 전달했는데 이번 주도 다이나믹했습니다. 라프시몬스와 구찌 말이죠. 이외에도 하반기가 꽤 시끌했죠. 밀란패션위크만 디렉터가 3명이 바뀌었고.. 최근의 소식들과 더불어, 주시하고 있는 디렉터를 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너무 많으니까 딱 5명만.
1️⃣ 라프 시몬스
95년 런칭한 본인 브랜드를 접는다고 합니다. 다행히 프라다에 매진한다고 하니, 그의 작업물은 계속 볼 수 있겠죠.
2️⃣ 알렉산드로 미켈레
20년만에 구찌를 떠난다고 합니다. 총괄 CD로 재직한지는 7년째고요. 그의 새로운 구찌에 매료되어 그 영향을 받은, 벨벳과 반짝이는 것들로 졸작을 만들던 저인데도..한 2020년 무렵부터 구찌 쇼를 크게 챙겨보게되진 않았다보니 예상 가능한 행보로 생각됩니다. 워낙 아티한 본인만의 세계관이 있다 보니, 차라리 본인만의 브랜드를 하는게 맞지 않나 싶어요.
3️⃣ 다니엘 리
31호에 소개했다시피, 지난해 보테가베네타에서 나간 뒤 최근 버버리에 합류했죠. 23FW시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문불출할 때는 LVMH와 함께 브랜드를 만든다던 피비파일로에게 합류하는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결국은 버버리 행. 그나저나 피비파일로는 언제 나오는 걸까요?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이 한 트럭일텐데 말이죠. 혹시 제가 소식을 놓친 거라면, 퍼플패드에 남겨주세요.
4️⃣ 마티유 블라지
다니엘 리에 이어 보테가베네타에 합류해서 두 시즌쯤(?) 보여준 기억입니다. 헤리티지를 찾는 듯한 마티유 블라지의 제품 디렉팅, 사람들은 꽤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저는 쏘쏘에요. 그럼에도 주시하고 있는데, 이번시즌은 솔직히 옷 말고 세트디자인이 좋았어요. 저 말고도 세트 디자인에 꽂힌 사람이 많던 건지, 최근 런웨이 세트에 등장한 '가에타노 페세' 의자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역시 사람 보는 눈 다 똑같네요.
5️⃣ 글렌 마틴
이번 시즌 디젤이 너무 핫해졌다보니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가 디젤에 합류한지는 좀 되었죠. 그치만 그의 첫 런웨이 컬렉션을 판매하는 시즌은 지금이고, 계속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보니 주시하게 됩니다. 와이프로젝트에서 보여주고 있던 그의 디자인 무드와 다른 결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디젤'이라는 브랜드가 보여준 행보로는 꽤 파격적이에요. 디젤 세대는 아니지만, 힙하게 돌아와서 꽤 반가운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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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예리 : 그 시절 여성 솔로아티스트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이 여러 모로 반갑습니다. 34호에서 소개했던 인디슬리즈 무드의 핵심인 밴드 음악의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도 되어 주었고 (해외에는 팝펑크 리바이벌이 불고 있는데 국내는 안 그래서.. 인디슬리즈가 과연 올까? 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는데, 그 우려를 깨 주었죠), 한때 'Peace Love & Icecream'이 알람이었던 만큼 윤하를 좋아했거든요. 윤하가 등장할 무렵인 2006-2007년에는 저도 여성 솔로아티스트 음악을 많이 들었다보니, 그 시절 좋아하던 아티스트와 음악을 좀 소개해보려 합니다. 하다보면 너무 많아지니까 국내 한정으로.
1️⃣ 윤하 - Audition
대표곡이 정말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은 역시 이 곡. 결이 좀 다르긴 한데, 아이브를 좋아하는 젠지라면 윤하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무대에 오를 땐, 나는 내가 너무 좋다고 하니까.
2️⃣ 보아 - Moto
최근 패션에서의 모터사이클 재킷 트렌드와 모터부츠의 부상, 모터사이클 룩에 제격인 디젤의 벨트스커트를 보면 이 곡이 떠오르더군요. 그때 그 시절, 자신감 있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무드의 음악과 모터사이클 룩이 참 잘 어울려서요. 실제로 그 시절 좋아하던 음악입니다. 추억도 많다보니 요새 다시 듣게 되네요.
3️⃣ 박혜경 - 주문을 걸어
젠지에게는 조이가 리메이크한 '안녕'이 더 익숙하겠지만, 저는 박혜경의 원곡이 더 익숙해요, 그만큼 좋아하기도 했고. '빨간 운동화'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좀 더 시원한 곡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안녕'에 익숙한 젠지를 위해. 사실 요새 다시 듣고 있기도 해요.
4️⃣ 박기영 - 산책
대표곡도 많고, 거의 전 곡을 알만큼 팬이었고, 오히려 '나비'에 추억이 있지만 (젠지에게 '나비'는 '비비'의 나비가 더 익숙하려나요.), 벚꽂좀비처럼 다시 살아나서 계속 듣게 되는 곡은 이거에요. 제 싸이월드 배경음악이던 'The Day'도 최애인데, 이 곡이 좀 더 유명해서 소개해 봅니다.
5️⃣ 이수영 - 그레이스
솔직히 '휠릴리'가 더 유명하고 인기도 많았지만, 제게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레이스도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에요. 저 포함 제 주위 모두가 MP3에서 닳도록 들었고, 싸이월드 브금으로도 인기가 좋았다보니 레전드였죠. 노래방 마지막 곡이 중요한 것처럼, '음악은 예리' 마지막 곡도 중요하니까 레전드로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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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음주면 40호고, 특집과 함께 이런저런걸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런저런것보다도 특집의 콘텐츠가 고민점이긴 해서, 혹시 보고싶은 내용이 있다면 퍼플패드에 남겨주시면 참고할게요. 오늘도 재미있길 바라며, 즐거운 금요일 저녁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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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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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페이퍼
퍼플페이퍼는 '영감을 주는 편지 한 통'이라는
컨셉으로, 크리에이터 예리의 패션, 음악,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들이 당신에게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크리에이터 예리
전직 패션기자 및 디자이너, 현재는 뉴스레터 크리에이터. 본명은 민정. 동명의 패션크리에이터가 다수 있다보니 예명을 만들게 되었으며, 예술과 자유를 합해 만든 이름입니다.
페이퍼를 이루는 요소들
예리의 근황을 소개하는 '이 주의 예리', 패션 취향을 공유하는 '패션은 예리', 음악 취향을 나누는 '음악은 예리', 여기에 간단한 브랜드 경험을 나누는 '예리와 브랜드', 혹은 '이 주의 추천' 등이 함께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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